신생아 중환자실 입구 게시판에 붙인 글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아마도 절박한 심정으로 검색을 하시다가 이 곳까지 오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화면 오른쪽에 있는 메뉴 [카테고리] 중에서 <둘째딸 - 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클릭해 보십시오.   훨씬 도움이 되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을 발견하게 될 것 입니다.

미숙아(조산아)에 대한 어떤 책 한 권이 번역되어 통째로 올라가 있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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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선생님들과 이곳에 작게 태어난 아기를 면회 오시는 모든 엄마 아빠분들 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00년 8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무려 105일 동안 아기를 이곳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던 도현이 엄마입니다. 1년하고도 6개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런 편지를 쓰게 된 것은 항상 가지고 있는 제 나름의 마음의 짐과 감사의 마음 때문입니다.

혹시 기억이 어렴풋한 분들을 위해 조금 자세히 말씀드리면 26주+1일만에 950g의 딸을 낳은 엄마입니다. 배가 너무 아파서 밤12시에 집 근처 여성전문병원(강서 미즈메디)에 도착하여 새벽 4시에 낳았답니다. 막바지 더위를 걷어내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기가 막히고 슬퍼서, 아니 그런 감정에 이런 이름을 붙인것도 그로부터 한창 이후지만 그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표현은 오직 한마디 “말도 안돼” 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도 작은 아이를 낳은 엄마의 슬픔과 절망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이 그것이 아닐뿐 아니라 다시 되새기기에는 아직 그 상처가 너무 생생해서요......또한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온 도현이의 고통에 비하면 그저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저의 출산을 담당한 의사는 출산 자체보다 태어날 아기가 갈곳을 그 밤중에 수소문하더군요. 의사들이 파업중이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큐가 있는 종합병원을 확보해야했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나마 그 병원으로 달려갔고 도현이를 받은 소아과 의사가 삼성병원 출신인 고선영 선생이였다는 것 조차가 천운이였지요. 위험을 무릎쓰고 그날로 도현이는 이곳으로 이송되었고 그로부터 백일 넘게 이곳에 있었습니다. 늦여름에 와서 초겨울에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그사이 100번도 넘게 이곳을 오가면서, 꽃들이 시들고 단풍이 물들어 낙엽이 되고 그 위로 차가운 칼바람이 부는 계절까지 저는 이곳의 그 풍경들을 알고 있지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장윤실 선생님 이하 이곳 의료진들의 노고에 진정,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도현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무슨 감사 인사냐구요?

도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처음 20일 정도는 아빠가 퇴근 후 저녁면회시간에, 그 이후에는 제가 낮시간에,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니 하루에 두 번이라도, 도현이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렇게 매일 1시간여를 울면서 와서 몸무게, 산소등의 챠트 확인하고 1시간 내내 인큐 상자옆에, 혹은 바구니옆에서 늘 온몸이 경직된체 화난 얼굴을 하고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가을 햇살이 너무 눈부셔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도대체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건데? 라고 스스로를 물어뜯으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빨리, 이리 작게도 인간이 모체에서 분리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는지.......이 일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요. 정말로 그렇게 경직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죽기 살기로 싸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요.....그렇게 정성을 쏟은 그 많은 간호사 선생님들과 단 한번도 눈을 맞추며 맘껏 웃어본적이 없습니다. 마치 웃기 기능이 삭제된 사람처럼, 몸무게가 늘어도, 한고비 넘겼다고 해도, 퇴원이 결정되어도, 병원에서 맞이한 백일 잔치날에도 조금 웃기라도 하면 그 모든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도 표현하지 못했구요. 아니, 감사하는 마음이 없었겠지요 그 당시에는........비슷한 처지의 옆의 엄마, 아빠들과는 물론 눈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난, 달라. 내아이를 안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혹은 도망치듯 곧 이곳을 나혼자 나갈거야. 저 사람들과 같은 처지가 아니야” 라면서요. 정말로 그때 제 머릿속에는 도현이 밖에는 없었습니다. 진정 감사와 고마운 마음이 든것도 이제 조금은 도현이를 안심하고 바라볼 수 있고 나서입니다. 그때, 어디에도 인큐가 없었다면........필요한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았다면........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하면서요.

엄마 아빠의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간절함이 있었지만 의료진들의 실질적인 보살핌이 도현이를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도현이의 소식을 전해드리는 이유는......

도현이와 같은 극소 저체중아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이, 매일 와도 낯설은 이 신생아 중환자실을 드나들때, 입구에 있었던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의 소식이 당시 저에게는 유일한 희망의 근거였답니다. 이렇게 작은 아가도 자라는구나 하면서요. 그러면서도, 지금도 이곳에 이렇게 많은 아가들이 있는데 왜 소식을 전하는 엄마들은 서너명밖에 없을까도 이상했습니다. 나머지 아가들은 다 어떻게 된걸까?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이해됩니다.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겠지요. 저도 평균 한달에 한번은 이병원에 아직도 오고 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6층만 보아도 잠시 감정의 흔들림이 있습니다. 그 근처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이제는 지금 이순간에도 황망함으로 이 문을 들어서는 부모님들께,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작은 아가들에게, 도현이가 희망이고 근거이고 싶습니다.

여전히 제 감정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건강한 도현이, 잘자라고 있는 요즘의 도현이 소식을 사실대로만 전해드리겠습니다. 부디 저와 같은 처지에서 어찌할바를 모른체 이 문을 들어서고 계신 엄마, 아빠분들이요. 희망을 가지세요. 아가를 믿으세요. 이곳 의료진들을 믿으세요.

주로 신체 발달 정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이것은 장윤실 선생님과의 외래 정기 검진 시에 정리해서 제시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2000년 8월 24일 26주 +1일 950g/33cm로 출생

2000년 12월 5일 14주 +6일(교정개월 6일 ) 3.1kg/48cm로 105일만에 퇴원

입원기간중의 병력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주수, 그 g의 아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병력을 가지고 있었고 퇴원시에는 미숙아 망막증 3기, 뇌초음파상으로 뇌실이 정상치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수치를 보이고 성호르몬 수치는 정상이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퇴원 후 바로 염색체 검사(정상 판정)와 뇌 초음파검사(입원시와 유사/관찰요망) 했습니다.

2001년 1월 30일 22주 +6일(교정개월 8주+6일 ) 4.9kg/57cm

: 첫 번째 소아과 외래갈 당시의 발달정도

1.목 가누기 : 집에 와서 바로

2.발 차기

3.다른 위치의 소리에 따른 눈동자 이동 및 얼굴 약간 돌리기

(목표물 쳐다 보기)

4.손 빨기 약간

5.미소 짓기 (아주 약한 소리 냄)

6.엎드린 상태에서 목 들기 (어깨 약간 듦)

2001년 4월 13일 33주 +2일(교정개월19주+2일 ) 6.2kg/65cm

: 두번째 소아과 외래갈 당시의 발달정도

1.엎드린 상태에서 가슴 들기

2.다양한 높낮이 및 길이의 무의미한 발성 (소리 사이의 분절은 있음)

3.눈 마주치면서 큰 소리 내어 웃기

4.침 많이 흘림.

5.손 빨기 많이 함.

6.쥐기(잡기)는 매우 약함. (딸랑이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 1분 정도이고 보통은 아주 쉽게 놓아 버림.)

7.등밀이(?)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와 허리를 들어 다리로 몸을 밀고 올라감.)

8.눕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같은 자리를 뱅뱅 돎.

9.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뒤로 90도 꺾고 몸을 뒤집을 것처럼 일으켜 세우지만 머리가 안 돌아감. (뒤집기는 못하는 것임.)

4월 17일 33주 6일 (교정 4개월 3주차 ) : 뒤집기

5월 19일 38주 3일(교정 5개월 2주차) : 양 손 짚고 앉기

5월 23일 39주 (교정 5개월 4주차) : 아랫니 2개 나옴.

6월 2일 40주 3일(교정 6개월 1주차) : 목표물 잡으러 기기

6월 11일 41주 5일(교정 6개월 2주차) : 두 팔로 땅 짚고 엉덩이 높이 들기

(일명 엎드러 뻗처) 한 손으로 땅 짚고 비스듬히 앉기, 문턱 넘어 기기

7월 1일 44주 4일 (교정 7개월차) : 두 팔과 두 무릎으로 기기, 벽 짚고 무릎 꿇기

(뭐든지 짚고 일어서려 함.)

7월 15일 46주 4일(교정 7개월) : 윗니 하나 더

7월 22일 47주 4일(교정 7개월) : 앉기, 두 번째 윗니 (합: 윗니 = 2, 아랫니 = 2)

8월 14일 50주 6일(교정 8개월) : 짝짝꿍

8월 22일 51주 7일 (교정 8개월) : 혼자서기, 물건잡고 조금 서서 움직이기

8월 24일 52주 2일 (교정 8개월) : 7.6kg/70.8cm 첫돌

11월 2일 62주 2일 (교정 11개월) : 8.1kg/75cm 첫걸음마 (7걸음을 단숨에)

이후의 세세한 기록은 없습니다. 이제는 그만, 제 스스로의 그 어떤 강박증에서 놓여나려고 기록하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하나 하나 과정들을 남들이라면, 심지어 한 부모밑의 자기 언니도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했던 일들인데, 참 많이 기다렸습니다. 많이도 숨죽이며 지켜봤습니다. 그 모든 과정 과정속에서 도현이가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살아 숨 쉬고 있음의 엄중함을 저에게 가르쳐주었답니다.

지금도 이곳에서 아픈 아가들, 특히 조산으로 작게 태어난 아가들이 모두 하루 빨리 건강하게 퇴원해서 그 과정들을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스럽게 거쳐 가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게 클 수 있습니다. 도현이 처럼요. 아니 도현이 보다 더욱 잘 클수 있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외래

이 대목에서 또 할 말이 있습니다. 언제 퇴원할지도 모르지만 퇴원한다고 해도 병원을 내집처럼 다니게 되거나, 위급 상황에서 뛰어올 수 있는 거리여야 하니까 병원 근처로 이사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서울 서쪽 끝에 사는 저희가 집값 비싼 이곳 강남으로 오려니, 집 평수를 딱 반으로 줄여야 하겠두만요. 장윤실 선생님에게 이문제까지도 상담을 했는데 왜 당장 이사 안가고 접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절망스런 심정으로 집 보러 다녔습니다. 작아진 집 때문이 아니라 도현이의 불안한 미래 때문에.

그때를 생각하면 저희가 무식한 나머지 너무 앞서 갔던 것도 같고 어이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도현이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저희 그 넓은(?)집에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고 평균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삼성병원에 옵니다.

소아과 장윤실 선생님

: 퇴원후 두달에 한번, 지금은 처음으로 4개월후인 18개월때(3월초) 오라십니다.

안과

: 미숙아망막증이 없어진 이후 3개월에 한번, 6개월에 한번씩 예방차원의 시력검사

재활의학과

: 거의 정상이지만 왼쪽다리를 끌고 기어다니며 양쪽 종아리의 굵기가 달라서 (걷기 시작하고는 당연히 그 증상을 볼 기회가 없지요)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차원에서 3개월에 한번. 지난번 X-ray결과 엉덩이 골반이 덜 자랐다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사소견.

기타 : 퇴원한 이후 지금까지 가벼운 콧물감기 세 번. 동네 소아과에서 그냥 처방 받았습니다. 3-4일 약 먹고 나았습니다.

지금 현재 도현이는요.....

약간 떨리기까지 하는군요. 1년6개월(교정 1년 2개월2주) 9.5kg/80cm 교정월령기준으로 키는 그럭저럭인데 몸무게가 2-3kg빠지지요. 그래도 태어날 때 몸무게의 무려10배도 넘는 성장을 1년 6개월만에 달성했으니 정말 기특하고도 안쓰럽습니다. (태어나서 몇주일은 몸무게가 700g대까지도 내려갔었지요)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은지, 항상 뛰어 다닙니다. 하루종일 서서 걷다시피하니까 활동량도 엄청납니다. 조산아라면 미리 예민할거라고 생각들지만 심성은 정말 객관적으로 순한 편입니다. 위로 8살 차이나는 언니가 있는데 생긴 것도, 하는 짓도 똑같습니다. 졸리면 그냥 자고 거의 돌아다니며 혼자 놉니다. 단지 소리에 약간 민감하고 엄마와의 격리불안이 조금 심합니다. 기분이 안좋을때는 화장실도 못가게 합니다.

조심스럽다고 해야하나, 겁이 많다고 해야하나, 모르겠지만 하지말라고 하는일은 한 두 번 정도면 알아듣고 하지 않습니다. 화장실 들어오기나, 변기 물 만지기, 현관 입구에 내려가거나, 신발 끄집어 올리기, 습도조절용 숯 만지기 등은 단 한번에 알아듣게 말했더니 하지 않더군요.

“엄마”, “언니” 소리를 너무나 분명하고 또럿하게 합니다. 엄마 부르는 톤은 10가지정도. 급하게 부를때, 할 말 있어서 부를때, 심심해서 그냥 불러볼 때, 애교로 불러볼 때, 화나서 부를 때 등등이 너무나 다른 음색입니다. 이외 다른 말은 자기식으로 그냥 주절주절....

알아듣는 말이 있어서 심부름도 곧잘 합니다. 머리 빗는거 가지고 오세요 하면 빗을 가지고 옵니다. 화장하는거 가져와 하면 로션을 가지고 옵니다. (이것들은 물론 반복적으로 도현이가 식구들의 행동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도 볼펜 잡고 벽에 낙서하기, 서랍 뒤지기, 책 보는 척 넘기기, 언니와 미끄럼타거나 산책하기, 등등을 하고 있습니다.

경쾌하고 가볍게 기쁜 소식으로 전하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장문의 편지가 되었습니다.

부디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었다면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끝으로 지금 이곳을 작게 태어난 아기 때문에 오시는 부모님들께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on-line상에 조산으로 작게 태어난 아가를 둔 가족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경험도 교환하시고 정보도 얻어가세요. 무엇보다도 그 큰 슬픔과 막막함을 호소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작게 태어난 아기들이 어떻게 잘 자라고 있는지, 보러 오세요. 그러면 그렇게까지 무섭고 두렵지는 않을 겁니다.

http://www.freechal.com/sarangdonge/ 이 주소로 찾아오시거나 프리첼 커뮤니티에 “사랑동이”라고 치시면 됩니다.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2년 3월 6일 도현엄마가

by 곰돌이푸 | 2006/08/28 00:03 | 둘째 딸 - 내 세상의 중심 | 트랙백(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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